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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4년(2014)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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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칼럼 : 일심(一心)과 불고가사(不顧家事)

일심(一心)과 불고가사(不顧家事)
 
 
 
연구원 김오식
 
 
 
  대순진리회 수도인들의 수도는 개인의 심적 수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제님께서 펼치신 천하사인 천지공사에 일꾼으로서 참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선천에서는 천하사를 어지러운 천하를 평정하거나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것을 일컬었으나 상제님께서 말씀하시는 천하사는 후천선경을 여시고 천하창생을 구제하시는 것을 말한다. 천하사에 참여하는 일꾼으로서 수도인들이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 우리는 상제님께서 제갈량의 예를 들어 하신 말씀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제님께서는 “위천하자(爲天下者)는 불고가사(不顧家事)”라는 말씀을 하시며 제갈량(諸葛亮)이 유상 팔백 주(有桑八百株)와 박전 십오 경(薄田十五頃)의 탓으로 성공하지 못하였다고 하셨다.01 이 말씀의 상세한 이해를 위해 관련 고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찍이 제갈량은 유비의 삼고초려에 감동하여 천하사를 위해 떠날 때 동생 제갈균에게 뽕나무 8백 그루와 밭 15경을 당부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이후 언제까지나 제갈량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음을 유비에게 올린 상소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자신이 혹 실패하더라도 자손들의 의식주에 여유를 두어 훗일을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갈량의 재주와 모사가 신에 가까울 만큼 뛰어났다고 하지만 이런 후일을 대비하는 소극적인 마음에 신명(神明)들이 응해줄리 만무한 것이다. 그 뜻이 천하창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대의(大義)에 있었다 하더라도 일심이 부족했기 때문에 신명의 도움을 얻지 못하였을 것이다.
  고사를 통해서 이를 살펴볼 수 있다. 제갈량은 천하형세를 결정짓는 호로곡(葫蘆谷) 전투에서 사마의(司馬懿) 삼부자를 화공작전으로 꼼짝없이 죽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때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내려 사마의 부자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이 때 제갈량은 하늘을 우러러 ‘모사재인(謀事在人)이요, 성사재천(成事在天)’이라 하였다고 한다. 즉 사람이 일을 꾸며도 성사는 하늘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제갈량의 신과 같은 재주라도 신명이 응해 주지 않으니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던 것이다.
  제갈량은 최후의 전투지인 오장원으로 출진할 때 이미 자신의 천수가 다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삼국을 통일하여 태평성대를 이루고자 하는 자기의 정성이 하늘에 사무쳐 하늘이 허락한다면 수명도 연장되고 대업도 완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제갈량은 장막 안을 정결히 하고 제단을 세워 하늘에 제사를 드렸다. 만약 칠일 간 주등(主燈)이 꺼지지 않는다면 그의 기도를 하늘이 받아들인 것이고 그의 수명은 열두 해가 연장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제갈량의 부하 장수인 강유는 49명의 장수들과 함께 장막 밖에서 제갈량의 기도가 끝날 때까지 식음을 전폐하고 같이 정성을 드렸다. 이렇게 지극정성을 드린 지 6일이 지났다. 이제 하루만 남은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날 밤 갑자기 문 밖에서 함성이 일어나고 한 장수가 급히 위나라 군사의 침입을 알리려 장막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그러다 그만 제단을 건드려 제구와 제물이 쓰러지고 주등이 꺼지고 말았다. 불행히도 제갈량의 기도를 하늘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통해서 볼 때, 제갈량에게는 천운이 따르지 않았으며 이를 미뤄보아 신명 또한 응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후대인들은 제갈량의 실패를 안타까워하며 그를 애석하게 여기고 충신으로 기리고 있다. 그의 실패의 원인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하지 않고 단지 하늘의 뜻이 그에게 있지 않았다고만 말하고 있다. 상제님께서는 제갈량의 실패의 원인이 바로 천하사를 이루고자 하는 시작점에 가족의 후일을 걱정하는 사사로운 마음에 있다고 말씀하시며 ‘천하를 위하는 자는 가사를 돌보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위천하자(爲天下者)는 불고가사(不顧家事)’라는 어구는 제갈량의 고사가 있기 훨씬 이전에도 문헌에 기록되어 있었다. 바로 『자치통감(資治通鑑)』 「한기(漢紀)」02에 실린 유방과 항우의 고사다. 항우와 유방이 전투에 임박한 상황에서 초군의 식량이 줄어들어 위급하게 되었다. 이에 항우는 사로잡았던 유방의 아버지를 삶아죽이겠다고 하며 유방에게 항복하라 협박하였다. 이때 유방은 “나의 아버지가 바로 네 아버지이다. 반드시 네 아버지를 삶고 싶거든 나에게도 한 그릇 나누어 주면 좋겠다.(吾翁即若翁, 必欲烹而翁, 幸分我一杯羹.)”라고 대답하였다. 이 대답을 듣고 항우는 노하여 죽이려 하자 항우의 숙부인 항백(項伯)이 “천하를 도모하는 자는 가사를 돌보지 않으니, 비록 죽이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爲天下者不顧家, 雖殺之無益也.)”라고 간하였다.
  이 고사에서 항백이 말한 ‘爲天下者’는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유방일 수도 있고 항우일 수도 있다. 유방이라면 유방은 천하를 도모하기에 한 왕으로서 백성의 목숨을 먼저 생각한 나머지 아비의 죽음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므로 초군에 이득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고, 항우라면 항우가 천하를 위하고자 한다면 가사에 연연해하지 말라는 당부의 뜻일 것이다. 이후의 역사를 살펴보면 항우는 혈연에 얽매여 인사에 실패하였지만 유방은 혈연을 초월하여 인사를 등용하였고 결국 천하를 얻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두 고사를 통해서 ‘위천하자 불고가사’라는 말씀이 담고 있는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첫 번째 고사를 통해서는, 천하를 위하는 사람은 미래나 가정 등의 작은 일에 마음을 분산시키지 않고 상제님을 한 마음으로 받드는 ‘일심(一心)’을 가져야 함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전경』에 일심에 대한 분명한 정의는 보이지 않지만 일심에 관한 말씀을 찾아볼 수 있다. 즉 상제님께서는 일심을 가진 자에게는 복록을 지체 없이 베풀어 준다고 하셨고,03 일심을 가진 자를 빠짐없이 찾는다고 하셨으며,04 일심의 힘이 크다고 하셨고,05 일심을 가진 자가 아니면 이 배를 타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06 이런 말씀을 살펴보면 일심은 상제님을 지극히 믿는 신심(身心)과도 연결되고 사사로움이 없이 순결하고 공정한 마음으로 천지공정에 참여하는 마음과도 통하게 된다. ‘위천하자 불고가사’는 사사로움을 뒤로 하고 걱정을 멀리한 채 상제님을 성심으로 믿고 받들며 천지공정에 참여하라는 뜻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고사에서 ‘위천하자 불고가사’는 혈연 등에 집착하지 말고 널리 하늘의 덕을 펼치고 사람을 아끼라는 뜻이라 생각된다. 가까운 혈연에만 집착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하늘의 덕을 전하는 일에 소홀할 수 있으며 이는 천지공정에 참여하는 일꾼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게 된다. 남의 가족도 내 가족처럼 사랑하며 아끼고 보살피며 덕을 펴기에 힘쓰는 것이 ‘위천하자 불고가사’의 참된 의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위천하자 불고가사’는 내 가족을 소중히 여기듯이‘남의 가족과 세상 사람들을 다 자기 가족처럼 아끼라’는 것이며, 상제님 받드는 정성과 노력에 일심을 다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구천상제님의 주재하의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수도의 대의를 잊지 않고 일심으로 실천하며, 혈연을 초월하여 남의 가정과 자신의 가정을 돌보는 일에도 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때 천지공정에 참여하는 참된 일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01 교법 2장 52절 참고.
02 『통감』 제4권, 한기 p.139
03 교법 2장 4절.
04 교법 2장 13절.
05 교법 3장 20절.
06 예시 5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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