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별 보기
   daesoon.org  
대순152년(2022) 4월

이전호 다음호

 

도전님 훈시 종단소식 전경 성구 전경 속 이야기 특별 기획 울타리 대순광장 지방 회관 소개 도서관 소식 나누고 싶은 이야기 내가 읽은 책 알립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 : 호모 어댑테이션스 - 적응의 인간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호모 어댑테이션스

- 적응의 인간



금릉1-11 방면 정리 이현주




  작년 요맘때, 회관에도 도장에도 모일 수 없어서 초조해하며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길 빌었던 기억이 납니다. 교화를 못 듣고 선각을 못 만나니 통화로는 해소되지 않던 기운 때문에 도에서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방면 포덕소는 서울에 있고 저는 결혼하면서 지방에 집을 얻게 되었습니다. 전에도 선각분을 성날에나 겨우 뵙고 교화를 듣는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규칙적으로 교화를 들었으니 도인이라는 타이틀을 유지는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엔 그마저도 할 수 없으니 도인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집에서 기도 모시고 월성 모시는 것 말고는 수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저 혼자만 느낀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선각분들이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화로 일대일 교화하던 방식에서 카카오톡 단체방을 열어 여러 명이 같이 교화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것입니다. 휴대전화 화면에 선각분의 얼굴이 보이고 음성이 들리니 회관에 모여 교화를 듣는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다르다면 우리 집 거실에서 작은 모바일 화면으로 교화를 듣는다는 정도였습니다.
  교화를 듣는 인원수가 많아지면서 단톡방 인원 제한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네이버 밴드 라이브는 가입한 인원 전체가 들을 수 있고 녹음 기능이 있어 라이브 시간에 듣지 못한 사람은 나중에 들을 수 있습니다. 교화를 들으면서 댓글로 질문도 하고 답변도 바로 들을 수 있으니 신세계가 펼쳐진 것입니다.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시청자의 요구에 바로 응답하는 게 이런 시스템이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교화를 하는 사람이 달라지면 사용하는 앱도 달라졌습니다. 각자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말로만 하는 교화부터 동영상을 활용한 교화, 교화 내용을 ppt로 올려놓고 판서까지…. 회관에서 모일 때는 뒤에 앉으면 칠판이 잘 안 보여서 글씨를 못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혼자 화면을 독차지하고 보니 못 알아보는 갑갑함 따위는 없어졌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교화를 듣는 채널이 점점 다양해졌습니다. 교화 방법이 업그레이드될수록 우리의 요구도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댓글 피드백에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교화하는 분들도 교화를 듣는 사람들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드디어 쌍방이 한 화면에 나오는 앱을 사용해서 교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여러 회의 앱 중에 무료로 쓸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회의 주재자도 참가자도 모두 어리둥절했습니다. 회의에 초대받고 앱에 들어와서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별의별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다음부터는 앱 사용에 관해 주의사항을 먼저 공지하고 테스트 회의도 하고 앱 사용이 익숙해지도록 연습도 했습니다. 회의에 들어오면 마이크부터 끄는 것이 매너였고 센스있는 사람은 배경 화면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서로 얼굴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못 본 사이 변한 모습에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용하던 무료 앱이 보안상 문제도 있고 인원 제한이 있어서 유료 앱을 써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주 사용하기엔 금전적 부담이 있었습니다. 집단지성이란 게 이런 상황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도인들이 이런저런 앱의 장단점을 공유하면서 참가 인원에 따라 가장 유용한 회의 앱을 골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참 대단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이렇게나 빨리 적응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지혜의 인간 호모 사피엔스, 도구의 인간 호모 파베르, 모바일의 인간 호모 모빌리언스 등 시대에 따라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많지만, 이 모든 것이 ‘적응의 인간 호모 어댑테이션스’이기에 탄생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쌍방이 소통할 수 있는 앱을 사용하다 보니 코로나 이전보다 교화를 더 자주 듣는 것 같습니다. 퇴근하고 회관에 가려면 너무 늦어서 교화를 못 듣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이가 생기고는 맡길 데가 없어서 저녁에 하는 교화는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교화 시간이 공지되면 컴퓨터만 켜면 됩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에는 노트북 앞에 앉아 카메라를 켜놓고 교화를 듣습니다. 선각분도 제 얼굴을 보고 “애들 어린이집 갔나 보네” 하며 반겨주십니다. 아이들이 있어도 교화를 듣는 데 아무 문제 없습니다. 오히려 애들도 들으라고 스피커 볼륨을 좀 높입니다. 지금은 못 알아들어도 나중에 궁금해하고 질문하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이젠 어디서든 교화를 들을 수 있고 교화를 할 수 있으니 스스로 도인임을 되새기게 됩니다. 예전엔 포덕소에 오기 힘들어서 교화를 못 듣던 도인들도 이젠 회의 코드와 비밀번호만 공유하면 언제든지 교화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정말 신통한 세상입니다. 코로나가 예상치 못하게 우리 삶에 들어 온 것처럼 도통도 후천도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후천이 와도 우리는 여전히 ‘호모 어댑테이션스’이지 않을까요.





관련글 더보기 인쇄 다음페이지

Copyright (C) 2009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대순진리회 교무부 tel : 031-887-9301 mail : gyomubu@daeso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