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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2년(2022)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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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 광장 : 처세유위귀 강강시화기에서 ‘유(柔)’와 ‘강(剛)’의 의미

처세유위귀 강강시화기에서

‘유(柔)’와 ‘강(剛)’의 의미



교무부 전성기




  처세에는 유(柔)함과 강(剛)함이 상황에 따라 모두 필요하지만, 처세의 근본은 온화함과 부드러움이다. 사람 사이의 갈등이 무심코 행한 거친 언행에서 비롯되는 반면, 온유를 담은 언행은 사람 사는 세상을 따뜻하고 조화롭게 하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온유함 가운데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느끼기 마련이다. 처세에 있어 이러한 온유의 중요함에 대해 상제님께서도 큰 가르침을 남기신 바 있다.


또 상제께서 이해 겨울에 그에게 잘 기억해 두라고
이르시면서 시를 외우셨도다.

處世柔爲貴 剛强是禍基 發言常欲訥 臨事當如癡
急地尙思緩 安時不忘危 一生從此計 眞皆好男兒 (행록 3장 49절)



(처세함에 있어서 온유를 귀중히 하고 억셈과 강함은 화의 바탕이 되니, 말함에 있어서 언제나 더듬거리기를 바라고 일함에 있어서 의당히 어리석음과 같게 하라.01 급할 때에는 언제나 여유로움을 생각하고 편안할 때는 위태로움을 잊지 말라. 일생을 이러한 계책을 따른다면 참으로 모두 호남아가 되리라.)


  1907년으로 추정되는 겨울 어느 날 상제님께서는 김형렬에게 잘 기억하여 두라고 하시며 옛 시(詩) 한 수를 외워주셨다. 여기에는 세상을 살아갈 삶의 교훈이 담겨 있는데 도전님께서도 “처세함에 있어서 온유를 귀중히 하고 억셈과 강함은 화의 바탕이 되니’라는 말씀으로 이 구절을 처세의 본으로 삼게 하셨다. 이 시에서 ‘처세유위귀 강강시화기(處世柔爲貴 剛强是禍基)’는 뒤 구절들의 전제가 되는 것으로서 해원상생의 수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시 전체에 대한 기본적 해석과 수도적 의미는 《대순회보》에서 여러 번 다루었기에 생략하고02 이 글에서는 ‘처세유위귀 강강시화기’에 집중하여 유(柔)와 강(剛)에 대한 수행적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시의 출처를 찾아보면, 대략 두 인물의 시를 통해 추정해볼 수 있다. 조선 중엽 임진왜란의 의병장이었던 유팽로(柳彭老, 1554~1592)의 문집인 『월파집(月坡集, 1647년 간행)』03에 실린 ‘자경(自警)’, 조선 중기 유학자 김우급(金友伋, 1574∼1643)의 문집인 『추담집(秋潭集, 1929년 간행)』04에 실린 ‘자계(自誡)’라는 시와 거의 유사하다. 이처럼 이 시는 조선조 유생들이 자기를 경계하는 시로 알려져 있으며, 상제님께서 인용하신 시와는 각기 몇 글자씩 다른 부분이 발견된다.
  도전님께서는 ‘유(柔)’를 ‘온유’라고 하셨는데 온유한 처세는 온화하며 부드럽고 유연한 태도로서 예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바람직한 삶의 기본자세이자 처세의 비결처럼 강조되어왔다. 동양고전인 『중용장구』에서도 ‘온유’의 덕이 군자의 도(道)임을 강조한다. 온유는 존중과 포용으로 드러나 상대를 품는 군자의 넓은 덕인 것이다.05 이는 맹목적인 유순함이 아닌 내면의 올바른 신념을 지닌 굳건함을 바탕으로 한 외유내강의 부드러움을 의미한다. 이렇듯 유(柔)의 처세는 존중과 포용을 바탕으로 상대와 상황에 알맞도록 유연하게 대처하는 적중(的中)한 태도로 이해될 수 있다.
  이외의 고전문헌에도 ‘부드러움(柔)’과 ‘강함(剛)’은 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태도에 빗대어 각각 긍정과 부정의 관념으로 쓰이곤 하였다. 대표적으로 『도덕경』에서는 ‘유(柔)’의 긍정적 의미를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上善若水)’라거나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기는 법이다(柔弱勝剛强)’라고 하였다. 여기서 물의 속성으로 비유된 유는 만물 만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부드러움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또한, 노자는 “혀는 부드러우므로 사람이 늙어도 오래도록 남아있고 치아는 강하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한다.”라며 부드러움이 갖는 생명력의 가치를 교훈하였다.06
  이에 비해 ‘억셈과 강함’은 ‘온유’와 대조적으로 상대를 무시하고 독선과 아집에 찬 경직된 태도로 흐를 수 있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태도는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척을 지어 불신과 불화를 조장한다. 또한, 남과의 협력을 막고 상극의 관계로 치달아 결국에는 그 관계를 단절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언행을 스스로 성찰하지 못하고 남의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거나 상대의 심정과 상황을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럴수록 절실한 것은 일상의 자기모습을 잘 살펴서 과부족이 없도록 고쳐나가는 자세이다.
  『전경』에 나타난 김형렬의 처세를 살펴보면 상제님께서 위의 시를 그에게 잘 기억하라고 하신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김형렬은 상제님께 항상 응석하여 고집을 부리는 무례한 김갑칠에게 저런 못된 놈이 있느냐고 꾸짖는 독기어린 면모가 있었다.07 이렇듯 김형렬은 불의를 보면 지나치게 분노하며 강경한 언행을 보였다. 이에 상제님께서는 남을 이해하는 마음과 너그럽고 온유한 태도가 보완되어야 남에게 척을 짓지 않고 해원상생을 실천할 수 있음을 김형렬을 통해 깨우쳐주신 것으로 보인다.
  처세에 있어서 온유함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여 상처 주거나 깎아내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대하는 태도이다. 이는 열린 자세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상생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겸손하게 부족한 듯한 모습으로 ‘처세유위귀 강강시화기’ 다음 구절의 내용처럼 언어ㆍ행동과 모든 처사에서 드러나야 한다. 말을 할 때는 진중하게 덕 있는 말로 어눌한 듯이 신중하게 적절히 해야 하고, 일할 때도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우직하고 진실하며 바르게 해야 한다. 또한, 급할 때일수록 신중하여 실수가 없도록 차분하고 여유롭게 대처해야 하며, 편안할 때는 나태하지 말고 위태로울 때를 대비하는 구체적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 현실적으로 강한 태도 또한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상제님께서는 도리와 상황에 맞지 않아 상대에게 척을 짓는 태도를 지양하고자 하신 말씀으로 이해된다.
  온유의 수도적 의미는 『대순진리회요람』의 ‘척(慼)을 짓지 말라’에 언급되어 있듯이 사랑으로 남을 대하여 온화하고 공손하며 양순하고 겸손, 사양하는 덕으로써 척(慼)을 짓지 않는 자세로 여겨진다.08 이러한 자세는 상대에게 존중감을 느끼게 해주며, 상대 또한 나를 신뢰하고 존중하게 한다. 이렇게 상호존중감이 확보될 때, 상대의 말에 경청하여 소통하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고 흉금을 터놓는 허심탄회한 관계가 맺어진다. 이로써 진정한 협력과 지속 가능한 상생의 관계가 이루어져 진실로 화합하고 단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처럼 상제님께서 알려주신 “처세유위귀 강강시화기(處世柔爲貴 剛强是禍基)”의 처세훈은 척을 맺지 않고 해원상생을 실천하는 우리 수도 과정에 언행과 처사 및 인간관계의 기본으로서 깊이 새겨야 할 자세로 여겨진다.






01 『대순지침』, p.28 참조.
02 교무부, 「뇌화고: 허영심을 경계하자」, 《대순회보》 208호 (2018) 등 13편.
03 이 문집은 임란 초기의 의병소집과 전황(戰況)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저자는 선비이자 병학을 중시했으며 임란을 맞아 의병을 일으켜 고경명 휘하에서 싸우다 순절하여 사후 대사간에 추증되었다.
04 이 문집은 그의 호 추담(秋潭)에서 이름 지어졌으며, 그 내용의 구성을 보면 송시열(宋時烈)ㆍ박세채(朴世采)가 쓴 서문[내용 미상(未詳)]이 있으며 시부터 정치ㆍ사회문제를 다룬 매우 조리 있는 글까지 다양한 장르의 글이 담겨 있다.
05 『中庸章句』, 第10章, “寬柔以敎, 不報無道, 南方之强也, 君子居之”(너그럽고 유순하여 섬세하게 가르쳐 주고, 무도(無道)한 짓을 당해도 보복하지 않는 것은 남방(南方)의 강함이니, 군자가 이러하다)
06 『설원(說苑)』, “夫舌之存也, 豈非以其柔耶. 齒之亡也, 豈非以其剛耶.”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김주우, 「고사 한마디: 치망설존(齒亡舌存)」, 《대순회보》 147호를 참조 바람.
07 교법 1장 11절 참조.
08 『대순진리회 요람』, pp.19~2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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