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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1년(2021)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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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나의 거울, J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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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거울, J외수



금릉5-8 방면 교무 곽지영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서 지내다가 고등학교 선배를 통해 입도해 교화를 듣고 포덕을 하면서 도를 알아갔다. 당시에는 고향의 한 중학교에서 대체인력으로 일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주변 선생님의 권유로 대학원에 다니게 되어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원 근처에 포덕소가 있어서 1년 남짓 선각분들과 수도했다. 그동안 겁액도 많이 드러났고, 수없이 반복되는 같은 겁액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다시 빠져버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포덕소 생활을 시작하였고 같은 대학교에 재학 중인 신입생 J외수를 알게 되었다.
  J외수를 처음 만났을 때는 예의가 바르고 굉장히 경청을 잘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하는 말마다 귀를 기울이며 진지한 태도로 들었다. 그동안 교화한 사람 대부분은 도의 이야기에 관심도 없고, 이야기를 듣는 그마저도 껄렁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그의 예의 바르고 조신함이 반갑게 느껴졌고 인사도 정중하게 하는 모습에 ‘외수가 참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J외수는 유별난 구석이 정말 많았다. 최첨단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현재, 혼자만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 한마디로 조선 시대에서 온 내시. “외람된 말씀이지만”, “그러셨사옵니까” 등등 공손한 말투 그 이상을 쓰면서 머리는 항상 25° 정도 숙이고 있었다. 그래서 별명으로 내시라는 말이 나왔다. 미닫이문을 무릎 꿇고 두 손으로 닫는 모습은 분명 전생에 내시였음을 확신하게 할 정도였다. 말투나 행동뿐만이 아니다. 매일 왕복 5시간 거리를 통학했다. 학업에 뜻도 없었으면서 하루 가장 많은 시간을 학교에 투자했고, 긴 시간 통학을 그다지 불편해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학교 수업이 마치면 바로 버스를 타고 돌아가야 했기에 학교에는 아는 사람도 많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대학교 종강 날짜를 비롯하여 대학교 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부족했다.
  J외수를 교화하기 며칠 전, 선각분으로부터 ‘예(禮)’에 대한 교화를 들었다. 『전경』 교법 3장 47절에 예(禮)는 “불수전강전편왈예(不受專强專便曰禮)”라고 한다. J외수가 인사를 공손하게 하는 편인데, 인사를 두 번 세 번 하는 모습이 많았고 이야기 중간에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듯한 모습도 많이 보였다. 인사가 다소 과한 것 같아서 들은 교화를 해주었다. J외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면 내가 예전에 했던 생각들과 비슷해서 공감이 많이 가서 마음이 갔었다. ‘이 외수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선각분께서 오셔서 교화를 이어주시며 정성을 들여보라 하였고,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가며 드는 의심을 해소하고는 입도치성을 모시게 되었다.
  그렇다. 앞서 설명했던 말은 모조리 과거형이다. J외수를 좋게 생각했던 나도 이제는 과거의 내가 되었다. 그의 생각을 들어보면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았고 불안정한 편이었다. 생각도 많이 막혀있고 업보가 정말 많은 외수였다.
  J외수와 같은 학교다 보니 마주칠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J외수는 여름이 다 되어 가는 무더운 날씨에도 여유로운 캠퍼스를 정신없이 막 뛰어다니는 모습이었다. 커다란 보폭으로 어찌나 빠르게 뛰던지 마치 ‘홍길동이 축지법을 쓴다면 저런 모습일까?’ 싶었다. 그러면서 수업엔 매번 지각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특이하게 걷고, 아주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편이었다. “J외수요”라고 부르기만 해도 놀라 자지러지는 경우가 많았고, 길을 걸어가다 혼자 멈칫하며 걸음은 번번이 멈추기 일쑤였다. 심지어는 잘 가다가도, 가만히 서 있다가도 평지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하였다. 어느 날은 같이 도서관 안을 걸어가는데 조용한 분위기에 맞춰 조용하게 걷는답시고 무릎을 허리까지 올리며 발 앞부분으로 걸어 다녔고, 그 상태에서 무슨 말이라도 걸면 다리를 올린 자세 그대로 놀라 멈추었다.
  이런 모습은 학교에서만이 아니었다. 포덕소에 있다 보면 하루에도 여러 번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데 J외수는 그때마다 인사를 했다. 처음 봤으니 한 번, 점심 먹고 마주치면 한 번, 교화를 듣다 눈이 마주치면 또 한 번, 다른 방에 있다가 문 열고 나와서 마주치면 한 번 더. 하루에 9번도 “안녕하십니까”라며 꼿꼿하게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설거지하다가도 뒤에서 소리만 났다 하면 흠칫 놀랐기에 설거지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다들 처음에는 특이하고 재밌다며 웃었지만, 반복되니 더는 재미로 볼 수 없었다. 하는 행동마다 과하거나 어색한 게 많았다. 그런 모습들이 내 안의 불씨를 자극했고, 결국 나는 뜨겁게 타올랐다.
  J외수는 새로운 학기의 개강을 맞이하여 포덕소 근처에 자취방을 구했고 가장 문제였던 왕복 5시간 통학을 끝내게 되었다. 이전보다 편하게 학교에 다니고 교화도 들으면서 조금씩 도를 알아가고 적응해나갔다. 포덕도 하며 본격적으로 체계 속에서 수도하기 시작했고 나는 J외수의 모든 것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경청하고 인사도 공손하게 하는 모습도 알고 보니 눌려 살았던 가정환경으로 겉으로는 주눅이 들어있고 눈치를 보며 적당히 대답하면서 굽신거리는 모습들이었다. 어떤 지시를 하면 대답은 철석같이 “네, 알겠습니다”라며 대답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 말도 이해를 못 하는 편이었고 들어도 금방 까먹어버렸다. 그 모든 걸 지켜본 나는 ‘왜 저러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J외수가 하는 행동을 좋게 바라볼 수 없었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애쓰지 않는 것 같은 말투나 행동은 그 누구보다 얌전하고 공손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는 반항심과 거만으로 꽉 찬 모습에 화도 많이 났고 참지 못해 울분을 토한 적도 있었다.
  J외수를 통해 나 역시 수도 되지 않은 많은 부분이 올라왔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부족했고, 말만 걸어도 놀라 주저앉아버리는 모습이나 부자연스러운 말과 행동 때문에 짜증이 많이 나기도 했다.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답답하고 성질이 올라오는 건 항상 있는 일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줘야 하고, 누구보다 부족한 모습에 좀 갖춰진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했다. 적어도 기본은 된 사람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동안 나는 수반에 대한 감사한 마음보다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나다는 이유로 감정적으로 많이 대했던 것 같다. 그렇게 아옹다옹하면서 부딪혀가며 수도를 하였다. J외수를 상제님의 일꾼, 한 명의 도인으로서 생각했다기보다는 처음으로 같이 수도하게 된 내 수반, 유일한 수반이었기에 쉽게 생각했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다.
  입도 전에는 내가 제법 평범하고 사람들과도 무난히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도를 하며 나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정확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J외수 또한 나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고 그러면서 나도 많은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수반이 있으니 그전에는 알 수 없었던 선각분들의 마음이나 입장을 알게 되기도 했고, 예전에 하셨던 말씀에 대해 이해와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업보 많은 나를 바라보고 챙기고 그렇게 정성 들이며 나를 지금까지 있게 해준 선각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수반을 포용하고 이해하고 알아가려 했다기보다 미워하는 마음을 가진 채 내 생각을 주장하고 고집하면서 나의 틀로 수반을 바라보며 온갖 감정을 끓어 올렸다. 많이 부족하지만 나도 수반은 처음인지라 내 감정을 바꿔도 보고 바꾸려고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많이 울기도 했고 좌절도 했다. 그동안 수반으로서, 내수로서 할 일을 해오다가 선각이 되어 수반을 챙기고 같이 수도를 해나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의 부족한 부분 때문에 스스로 실망한 적도 있었고, 그런 모습들을 반성하기도 했다.




  J외수 또한 수도해야 하는 부분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이해를 못 하고 싫어하고 질색했던 그의 단점들이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과 많이 닮아있어 인정하기 너무 싫었다. 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전부 내 얘기 같아서 편하게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J외수와 다른 점, 나은 점을 생각하며 그와 나는 똑같지 않다고 스스로 위안하기도 했다. J외수가 입도 초반에는 긴장도 많이 하고 항상 눈치를 보다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힘을 잔뜩 넣은 채 꼿꼿함을 유지했다. 그러다 수도 생활에 슬슬 익숙해져 가면서 매번 약속에 늦거나 늦잠을 자는 등 자기관리가 안 되는 모습이 많이 드러났다. 나는 그런 모습에 감정이 주체가 안 되어 혼자서 씩씩거리며 분을 삭이지 못한 적도 있었다. 부끄럽지만 이러한 모습들이 나의 과거였다. 선각분들의 연락을 무시하고, 약속을 쉽게 저버리고, 시간 약속에도 매번 늦어 그러다 돌연 잠적을 한 적도 많았다. J외수는 그런 행동들을 토씨 하나까지도 똑같이 반복해 보였다.

  수도하면서 ‘수반은 나의 거울이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거울이라고 하면,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에 그런 말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함께 수도하고 J외수에 대해 알아갈수록 나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고, 내가 가지고 있는 모습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반은 나의 거울’이라는 말은 나와 수반이 비슷한 점이 많아서인 것도 있겠지만 수반을 통해 거울과 같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들여다보며 결국 나를 돌아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은 나를 있는 그대로 비춰준다. 더 아름답지도 않게 더 못나지도 않게 그저 있는 그대로, 보고 싶지 않은 것과 숨기고 싶은 부분까지도 투명하게 비춰준다.
  나는 수반이 있기에 책임감이 있고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늘 못마땅했다. ‘수반은 알아서 자기 스스로 잘하면 되지. 왜 굳이 나를 끼우는 걸까?’, ‘어차피 수도는 각자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마주치기만 하면 서로 기분 나빠하고, 적대하며 많이 미워했었고, 각자의 의견이나 생각만을 고집하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지는 사람이 상등 사람이라 했던가? 포용하고 이해하려 해도 나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에겐 오롯이 이론일 뿐이었다. 모든 걸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였다. 그러나 수반을 통해 나를 알게 되고 바꾸어 가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견디지 못해서, 내가 부끄럽게 여겼던 J외수의 모습이 나와 같다는 사실을 견디기 어려워서 바꾸려고 노력했다. 나와 너무 닮은 모습 때문에 부딪히고 괴롭기도 했지만, 거울과 같은 수반이었기에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내가 할 땐 몰랐는데 수반의 모습을 통해서 보니 잘못된 점이나 부족한 점이 확 와닿았다. 아마 거울을 통해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하신 신명의 덕화가 아니었을까?
  이전에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면, 이제는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반과 인연이 되어 나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해원상생의 마음으로 바꾸어 가려 한다. 그래서 단 한 명의 수반이지만, 그 덕분에 나를 많이 알아가고 인식할 수 있었다. 그전에는 감사함은커녕 수반의 부족한 점을 이해도 못 하고 수반에 대한 불만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 수반을 통해 나의 부족한 점, 수도할 점들을 알게 돼서 참 감사하다. 무엇보다 그 전에 J외수를 향해서 불평하고 불만을 가졌던 나 자신이 정말 오만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J외수를 통해 경험했던 나의 실수와 부족함을 바탕으로 더욱 탄탄한 수도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금은 느릴지라도 올바른 길로 꾸준히 정성 들여야겠다. 또 누군가에게, 앞으로 함께할 상제님의 일꾼에게 나의 소중한 경험을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도움이 되고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쳇바퀴 돌듯 벗어나지 못했던 나의 겁액, 이제는 피하지 말고 잘 참고 견디어 극복해 나아가도록 해야겠다.
  지금도 J외수와 함께 수도하고 있다. 서로가 많이 닦여야겠지만 나도, J외수도 상제님의 일을 하려는 마음으로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을 실천하며 더욱더 정성 들이는 일에 집중해야겠다.
  서로를 통해, 체계를 통해 내가 닦여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덕분에 나의 부족한 점을 알게 되고 인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나와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이 생겼다. 함께 도를 닦아나가는 든든한 선각분들, 수반, 도우들이 있어서 뜻을 맞춰 한발 한발 나아가는 매 순간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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