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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1년(2021)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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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나의 허물을 먼저 살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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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허물을 먼저 살피자



문정25 방면 평도인 박찬진


  저는 해외명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에서 일을 시작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신입사원입니다. 여러 쇼핑몰을 관리하는데 고객과의 소통 또한 중요한 업무입니다. 일하면서 소통의 어려움에 마음을 다시 먹게 된 경험을 부족하나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다리를 다쳐 몇 개월 일을 쉬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한두 달 쉬고 일을 구하려고 했던 것이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몇 개월 더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못 구할까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직장을 찾던 제게 방면 임원분께서 “꼭 박내수가 할 수 있고 뭔가 깨달을 수 있는 일자리가 있을 거예요. 상제님께서 살펴주신다는 것을 믿고 찾아봐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이후로 도의 일을 하기 위해서 꼭 보탬이 될 수 있고 부족한 부분들을 알고 채울 수 있는 곳으로 가게 해달라고 심고 드리면서 일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현재 일하고 있는 곳에 면접을 보고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 때 대표께서 “앞으로 공부 많이 해야 할 거예요. 명품 구매 고객들이 다른 곳보다는 까다롭고 성향이 강한 강성고객이 많아서 응대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거예요. 마음이 좀 단단해야 하고 너무 담아두는 스타일이면 일하기 힘들 텐데, 괜찮아요?”라고 했습니다. 저는 다른 쇼핑몰에서 일해본 적도 있고 서비스 아르바이트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저는 말에 크게 상처받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열심히 하겠다 웃으면서 말씀드렸습니다.
  입사 후 첫 3주는 공부할 내용이 많아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관심 없던 명품을 공부하듯 알아가는 것이 새로웠고 오랜만에 일하니 몸이 적응하는 것도 만만찮았습니다. 3주쯤 지나 본격적으로 전화응대와 고객관리를 하면서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상품이 불량이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상품이 없다고 하면 다른 곳에서라도 구해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고객 등등, 온갖 상황들이 닥쳤습니다. 점점 마음이 무거워지고 전화선을 잠시 뽑아 놓는 상상도 하면서 제가 하는 안내를 이해하지 못하고 화만 내는 고객들에게 불평이 깊어졌습니다.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응하느라 힘들다고 여기며 일을 해나가고 있을 때쯤, 두 달 전 가방을 주문했다는 고객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용한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끈에 껍데기가 일어난다며 당장 바꿔 달라고 했습니다. 일단 죄송하다고 하고 이미 사용한 제품은 교환이나 환불이 어려우니 확인하고 수선하여 돌려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사용한 상품을 다시 팔 수 없는 것이 당연하고 어떻게 사용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에 꼭 설명해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말을 듣던 고객이 갑자기 기분이 나쁘다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이런 일로 전화하는 것도 시간 손해인데, 왜 본인에게 잘못했다는 식으로 말하냐는 것입니다. 순간 멍해지면서 제가 그런 말 한 적이 없는데 그렇게 말하는 고객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저희 쪽으로 상품을 가져와서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통화를 마쳤습니다. 상품팀 담당자에게 고객이 보낸 사진을 보여주며 물건이 불량인지 문의하니 “원래 이 가방이 사용하다 보면 이렇게 되기도 해요. 수선해드릴 수는 있는데 그냥 손으로 떼면 되거든요. 불량이 아니라고 안내하시면 됩니다.”라는 겁니다. 하지만 잘 모르는 고객에게 그렇게 안내를 하면 정말 기분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마음이 엄청 무거워지면서 제가 죄지은 것처럼 모든 상황이 부담스럽기만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 문제의 가방이 도착했고 사진으로 본 것보다는 심각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끈만 바꿔주면 되겠다 싶었지만, 고객에게 상황 설명은 해야겠기에 다시 전쟁터에 나가는 마음으로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상품팀에서 들은 대로 설명을 하면서 깨끗하게 수선해드릴 수 있다고 최대한 밝게 말했지만, 고객은 여전히 기분 나빠하며 “한 달 중에 몇 번 들지도 않았는데 그런 게 도대체 이해가 안 되네요. 가짜 파는 걸 왜 인정 안 하세요? 새 상품 필요 없고 그냥 인정하시고 환불하세요. 알겠죠?”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일방적인 태도에 저도 모르게 턱밑까지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이해되었던 고객의 입장도 도로 이해가 안 되면서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싶어 저도 더는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며칠이 지나고 그 고객을 담당하는 고객센터에서 중재를 위해 연락이 왔고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결론이 나지 않겠다 싶어 환불을 원하면 상품에 정말 불량인 문제가 있는지 다른 곳에서 판정을 받아보는 방법도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고객은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며 한 달도 안 들고 나갔는데 이렇게 되면 어떤 심정인지, 이건 배 째라는 식이 아니냐, 진짜 법대로 하겠다고 하며 통화를 마쳤습니다.
  저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욕을 들은 억울함과 대화가 안 되는 고객과 또 통화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퇴근하고 포덕소로 가는 길에 눈물을 흘리며 막막한 마음으로 심고 드렸습니다. 밝지 않은 표정으로 도착한 저를 방면 임원분께서 걱정스레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셨고 그날 있었던 일과 더불어 여러 고객과 불화와 그동안의 지친 마음도 모두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박내수 얘기만으로 봤을 때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결국 회사의 여러 상담원 중에 박내수가 그 고객을 맡은 것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김형렬 종도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유 없이 마을 사람에게 능욕을 당한 일이 있잖아요. 그때 상제님께서 그런 일이 있을 때 상대방을 원망하기보다는 먼저 스스로 몸을 살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씀해주셨죠. 다른 사람을 탓하기보다는 먼저 마음을 돌아보고 스스로 인식해야 할 복마의 발동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극복해봐요.”라고 해주셨습니다.
  경기 침체로 힘든 시기에 일을 구한 것과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곳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심고 드렸던 것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일하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면 고객의 입장을 좀 더 생각하고 마음은 힘들지 않았을 텐데 생각도 들었습니다. 남을 원망하기보다 나를 먼저 돌아보라고 하셨던 상제님의 말씀이 와닿으면서 이런 부분을 인식하고 채워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쯤 다시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고객님께서 마음이 바뀌셨는지 그냥 수선만 해서 보내줘도 된다고 하시네요. 그런데 통화했던 상담원의 사과를 꼭 받아야겠다고 합니다. 도저히 기분 나빠서 그대로는 넘어갈 수 없다고요. 통화가 가능하실까요? 어려우면 그냥 제가 다시 설득해보겠습니다.” 감사한 걸 더 생각해야지 하면서 다짐한 이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채 전화를 받으니 ‘그래, 내 말 한마디로 단단히 마음 상했을 수도 있고, 나의 척일 수도 있으니 더 큰 일이 없는 것을 다행이라 여기고 얼른 전화해서 사과하고 풀어야겠다.’라는 생각이 억울함 없이 떠올랐습니다.
  “아뇨, 제가 전화 드리겠습니다.”
  통화 후 바로 전화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00쇼핑몰 상담원입니다. 이전에 저와 통화로 기분 나쁘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규정상 안내를 드린다는 게 고객님 입장을 너무 생각하지 못하고 말씀을 드린 것 같습니다.”
  “아니, 저도 그냥 수선받으면 되는데 저보고 한 달 동안 잘못 썼으니까 이렇게 되었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니까 좀 기분이 나빴고요. 저를 강성고객 보듯이 해서 정말 기분이 나빴어요. 아무튼, 사과해주셔서 저도 감사하고, 고생하셨어요. 수선되는 대로 빨리 보내주세요.”

  마지막 통화는 이전에 언성을 높일 때와 달리 친근한 옆집 이모님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수선은 잘 진행되었고 거의 3주를 끌던 고객과의 대화는 끝이 났습니다. 글을 쓰면서 다시 돌아보니, 사실 그때는 상황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서 빨리 반성하고 마음을 더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또 제가 고객들을 답답해하는 기운이 전해져서 마음이 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제님께서 저부터 살펴보고 남을 먼저 원망하지 않는 마음을 쓸 수 있도록 지금의 회사로 보내주신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도 깨닫고 수도할 수 있는 상황을 감사하게 여기며, 어떤 고객을 응대하더라도 남을 잘되게 하라는 말씀도 새겨서 수도도 일도 해나가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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