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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1년(2021)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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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 영화 《미나리》에 나타난 아름다운 화합

영화 《미나리》에 나타난 아름다운 화합



교무부 주소연




  최근 영화 《미나리》가 세계적인 영화상을 휩쓸며 작년의 《기생충》 이후 한국문화의 힘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미나리》는 한국인을 다룬 영화지만 사실 한국 영화는 아니다.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가 제작을 맡고 정이삭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 등 한국계 미국인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미나리에 나타난 한국인의 모습은 더욱 객관적인 관점에서 그려지고 있다.
  영화는 1980년대 한국에서 미국에 이민 온 ‘이씨’ 가족이 정착하는 여정을 아들 ‘데이비드’의 관점으로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을 전혀 모르는 교포 2세 데이비드의 시선을 통해 한국과 미국 문화가 만나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 따뜻하고도 정감있게 나타난다. 하지만 사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 양상은 매우 다양한데 영화의 백미는 바로 이러한 갈등을 아름다운 화합으로 승화시키는 데에 있다.
  도전님께서는 늘 화합을 강조하셨다. 화합은 도인들 간의 화합도 중요하지만, 상생의 진리를 전 세계에 펼치기 위해서는 이웃화합도 중요하다. 도전님께서는 “상제님의 진리는 전 세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웃 간에는 화합해야 한다. 그러면 가깝게는 그것이 사회가 되고 전 세계가 되는 것이다”(훈시, 1991.1.20.)라고 하셨다. 또한, 이웃화합을 위해서는 먼저 가족이 화목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영화 미나리는 ‘이민’이라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충격과 경제적 어려움, 그로 인한 갈등 속에서도 가족화합과 이웃화합을 통한 세계적인 화평의 전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미국이라는 새로운 땅에 적응하고 삶을 개척하는 이야기는 미국의 역사를 대변한다. 그리고 그 역사에는 한국인도 있다. 한국인의 미국 이주는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이후 하와이 노동자들로 시작되었고, 오늘날 여러 도시에 코리아타운을 형성하며 자리를 잡기까지 한국 이주민들의 힘겹고 억척스러운 삶의 역사가 있었다. 특히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80년대는 1965년 미국이 아시아계 이민 제한을 폐지한 이후 한국인 이민이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한 때였다. 데이비드와 같은 교포 2세대들이 현재 40~50대가 되어 미국의 주요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영화 미나리는 바로 그들의 시선으로 본 한국과 미국, 그리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데, 그 뿌리가 바로 모든 갈등의 근원이면서도 그들을 키워준 수많은 ‘다양성’이다.
  영화에서 갈등이 화합으로 승화되는 양상은 크게 세 가지 관계에서 나타난다. 첫째, 아빠 제이콥과 엄마 모니카의 관계, 둘째, 할머니 순자와 데이비드의 관계, 셋째, 가족과 이웃사회와의 관계이다. 제이콥·모니카 부부의 갈등은 미국 땅에 한국 채소 농장을 세우고자 하는 제이콥의 개인적인 꿈이 가족 전체의 안정과 상충하면서 생긴다. 부부는 처음에 캘리포니아 도시에서 병아리 암수 가리는 일로 돈을 많이 벌었는데, 꿈을 이뤄야겠다는 제이콥의 의견에 따라 가족은 아칸소의 작은 시골 마을로 이사한다. 하지만 모니카는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서 두 아이의 학교 문제, 심장이 약한 아들을 병원에 데려갈 일 등 여러 가지가 걱정이다. 부부는 가족 관계의 가장 기본이며 핵심이듯 두 사람 간 갈등의 심화와 해소 과정은 영화 전개의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비드와 할머니의 갈등은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할머니가 오면서 시작된다. 그러한 갈등은 미국인에 가까운 데이비드가 한국문화에 대해 느끼는 생소함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할머니가 ‘한국 냄새’가 난다며 싫어한다. 그리고 데이비드의 눈에 순자는 전형적인 미국 할머니의 모습, 즉 쿠키를 구워주고 손자들을 잘 돌봐주는 할머니가 아니다. 프로레슬링을 보며 데이비드에게 탄산음료를 갖다 달라고 시키고, 화투를 가르쳐주고, 남자 속옷을 입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의 할머니가 데이비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할머니는 데이비드를 위해 한약을 지어주고, 아빠가 혼낼 때 데이비드 편을 들어주고, 심장이 약하니 항상 뛰지 말라고 하는 엄마·아빠와 달리 오히려 ‘스트롱 맨’이라며 격려해주는 등 할머니의 사랑을 전해준다. 그러면서 데이비드도 서서히 할머니와 정이 들고 한국문화에 친숙해진다.
  한편, 가족이 미국인 이웃사회에 친화하는 과정은 제이콥의 농사일을 도와주는 미국인 ‘폴’과 동네 교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폴은 한국전쟁에 참여한 경험으로 한국인을 친구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폴은 또한 독실한 기독교인데 독특한 방식으로 신앙생활을 한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는 대신 자기만의 방식으로 예배를 하고, 제이콥 가족을 위해 기도할 때는 마치 인디언처럼 노래하듯 기도한다. 이러한 폴의 특이한 모습은 할머니 순자와도 비교되는데, 두 사람 다 20세기 초 전쟁을 경험한 노인 세대로서 양국의 오랜 역사적 전통을 나타낸다. 데이비드은 이들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뿐만 아니라 세대 격차로 인한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이해하게 된다.


▲ 출처: 미나리 예고편에서 캡쳐



  가족과 이웃사회의 본격적인 교류는 미국인 교회를 다니면서 시작된다. 교회에 간 첫날 한국과 미국 간의 문화적 충격이 나타난다. 그 양상은 어찌 보면 매우 노골적이고 대립적일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 모든 상황을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오히려 이것을 서로 친화하는 과정으로 웃어넘기게 만든다. 예를 들면, 데이비드를 빤히 보던 백인 아이는 “너 얼굴은 왜 그렇게 납작하니?”라고 인종차별적인 말을 하면서도 바로 이름을 물어보며 친구로 대한다. 또한, 데이비드 누나에게도 또래 여자아이가 “내가 아무 소리나 낼 테니 그중에서 한국말이 나오면 말해줄래”라면서 조금 모욕적일 수 있는 제안을 하는데 누나는 순수하게 그 소리에서 한국말을 찾아주면서 또 서로 친구가 된다.
  한편, 주인공들이 화합을 이루는 과정에는 ‘물’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영화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물은 문제의 발단이자 해답으로 나타난다. 아빠 제이콥은 농사를 짓기 위한 수로를 찾는 데 애를 먹는다. 겨우 찾은 우물도 물이 마르는데 마침 채소를 납품할 기회가 생겨 아빠는 집의 수돗물까지 다 써버린다. 그러면서 꿈을 좇기에 정신이 팔린 아빠와 가족 전체의 상황을 신경 쓰는 엄마의 갈등이 깊어진다. 이처럼 물이 마르는 현상은 문제의 심화, 갈등의 고조를 표현한다.
  이때 할머니 순자는 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 표현은 거칠지만, 손자들을 사랑하고 가족을 챙기는 할머니는 집에 물이 끊기자 강에서 물을 길어오고, 부부와 아이들 사이에서 갈등을 중재한다. 결정적으로 할머니는 가족의 위기를 해소하는 계기를 만든다. 채소 주문이 취소되어 경제적 위기가 고조되고 할머니가 갑자기 병에 걸리는 상황에서 부부는 결국 이혼 위기에 처한다. 이때 할머니는 아픈 몸으로 집안일을 도우려다 실수로 불을 퍼트려 농산물 창고를 다 태우는데, 오히려 이 과정에서 부부는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제껏 남편의 일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모니카는 불 속에 뛰어들어 남편이 키운 채소를 꺼내려 하고 남편은 오직 아내를 구하기 위해 애쓰면서 서로를 살리게 된다. 그리고 가족은 다시 시작한다.
  여기서 미나리는 이씨 가족과 같은 이민자를 상징한다.01 어느 날 데이비드를 데리고 물가로 가서 미나리를 심은 할머니는 “미나리는 어디든 물만 있으면 잘 자라. 부자든 가난한 이든 누구나 먹을 수 있어. 게다가 미나리는 반찬도 되고, 국을 끓여도 되고, 약으로도 쓸 수 있어.”라고 말한다. 미나리가 낯선 땅에서도 물만 있으면 잘 자라듯 우리도 미나리처럼 어디를 가든 그 토양을 기반으로 새로운 삶을 강인하게 이어가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미나리는 어디든 줄기 한 마디만 심어 놓으면 쉽게 자라고 잘 죽지도 않는다. 하지만 처음 씨앗을 뿌리고 줄기로 자라기까지 1년이 걸린다고 한다.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씨 가족이 힘든 위기를 겪은 후 다시 새로 시작하는 것과 같다. 미나리에 물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듯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랑 또는 인(仁)의 마음이 아닐까. 할머니의 손자와 가족에 대한 사랑, 가족 간의 사랑, 이씨 가족을 돕는 폴의 진심 어린 마음, 이씨 가족을 반겨주는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에 이씨 가족은 미나리처럼 고난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었다.




  현재 《미나리》에 대한 미국 영화평론 기사는 수십 개가 넘으며 관객 평가도 100점 가까이 기록하고 있다.02 이렇듯 미국인들이 수많은 찬사를 보내는 것은 이씨 가족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이면서도 그 여정을 한국인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화합에 대한 희망적 비전을 제시하기 때문이다.03 특히 영화는 이민 사회에서 나타나는 모든 ‘다름’을 자기 삶의 근간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관대한 이해와 감사함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나리와 할머니가 대변하는 한국적인 정서가 아닐까. 그래서 이민 가족의 힘든 여정 속에서도 그들의 조화 과정은 매우 아름답게 그려지며 이것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리게 한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라고 하지만 인종차별과 환경문제 등 세계가 한 가족처럼 살려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수도인은 상제님의 덕화를 세계에 펼친다는 사명감을 더욱 다져야 할 것인데, 그 핵심은 바로 물처럼 흘러 어디든 화합을 이루는 데 있지 않을까 싶다. 어디서든 자기만을 위해 주변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주변과 하나가 되며 새로운 화합의 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01 A.O. 스캇(Scott), 「미나리 리뷰: 아칸소땅에 한국인의 뿌리 내리기(Minari’s Review:Sinking Korean Roots in
     the Arkansas Soil)」,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2021.2.11. 참고.
02 「미나리 무비」, 로튼 토마토 https://www.rottentomatoes.com/m/minari; 「미나리(영화)」, 『위키백과』
     https://en.wikipedia.org/wiki/Minari_(film).
03 “어디서든 잘 자라는 강인한 한국의 미나리처럼 이 영화는 화합에 대한 원초적이고 생생한 기억을 다룬 이야기이다. 화합은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한 가족이 사회와 화합하는 과정, 다른 하나는 한 남자가 자기 가족과 화합하는 과정이다.”(“…aptly named for a resilient Korean herb that can grow wherever it’s planted, it’s a raw and vividly remembered story of two simultaneous assimilations; it’s the story of a family assimilating into a country, but also the story of a man assimilating into his family.”) 잭 샤프(Jack Sharf), 「영화 미나리: 정이삭 감독의 선댄스 수상작, A24 (배급사) 대망의 오스카 희망(‘Minari’ Trailer: Lee Issac Chung’s Sundance Winner Is A24’s Big Oscar Hopeful)」, 『인디와이어(IndieWire)』, 20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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