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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7년(2017)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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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서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서
 
 

 연구위원 최정락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번스타인은 경직되고 단순화된 이분법에 따라 세상을 둘로 갈라놓는 선과 악의 담론을 ‘악의 남용(abuse of evil)’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악의 남용이란 선과 악의 담론을 이용하여 자신의 적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악의 남용이 정치와 종교를 부패시킨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오늘날 악에 대한 호소는 복잡한 이슈들을 모호하게 만들고 진정한 사유를 차단하며 공적인 토론과 논쟁을 막으려는 정치, 종교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파악한다. 선과 악의 담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리처드 번스타인의 관점이 수도인에게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악의 남용』에서 리처드 번스타인은 현대인이 직면하고 있는 것이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멘탈리티(mentality)의 충돌’이라고 보았다. 멘탈리티는 우리가 세계 안에서 이해하고 행위하는 방식을 조건 짓는 하나의 일반적 지향을 의미한다. 그에 따르면 현대인은 가정된 도덕적 확실성, 단순한 이분법으로 이끄는 ‘절대주의 멘탈리티’에서 벗어나 도덕적 확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악과 선을 양분하는 이분법에 대해 회의적인 ‘실용주의적 가류주의(可謬主義) 멘탈리티’를 실천해야 한다. 이것은 인간의 확신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출발점으로 삼아 어떠한 주장도 지속적인 수정, 비판에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또한, 공적인 토론을 통한 합의를 중시하며 인간의 오류 가능성에 기초한 다양성을 긍정하는 멘탈리티이다. 저자는 절대주의 멘탈리티에 기초한 악의 남용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현대 사회의 시급한 과제라고 말한다. 
  저자는 악의 남용에서 벗어나는 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시민들은 악을 정치적으로 남용하는 것에 대해 저항하고 반대해야 하며 절대성을 악용하는 것을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도덕적 확실성에 대한 거짓 주장들을 폭로해야 하며 이분법에 호소하는 것으로는 현대의 복잡한 문제들을 적절히 다룰 수 없다고 주장해야만 한다.” 그는 이러한 실천적 행동을 대중적 지식인들과 교육자들, 언론인들, 예술인들이 안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악한 자들’, ‘악의 하수인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들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성공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협상을 차단해 버리고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들에 대한 진지한 고려들을 무시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즉, 반대 의견들을 존중하고 주의 깊게 평가하는 토론의 가능성이 배제되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의 모든 장에서 일관된 논지로 도덕적 확실성, 선과 악의 이분법을 도입하는 것은 정치와 종교를 부패시킨다는 점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리처드 번스타인은 저술에 대한 해박한 문헌학적 지식과 실용주의 원칙에 입각한 비판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절대주의 멘탈리티’를 예리하게 비판한다. 이 책은 실용주의 멘탈리티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풍부한 해석을 제시해 줄 뿐만 아니라 멘탈리티가 제기하는 과제와 새로운 고민을 던져준다는 측면에서도 현대인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그가 주장한 실용주의적 가류주의 멘탈리티는 미국에만 적용되는 특수한 것이 아니라 세계의 문제들을 바라보는 사유방식이다. 그러나 저자가 제기한 문제인 ‘현실적인 대안들의 명료화’, ‘다양한 토론과 설득의 요구 상황’ 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결론이 날 사항이 아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소통을 중시하는 한국의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진지한 토론을 거쳐 결정해야 할 일이다. 선과 악의 담론을 이용하여 자신의 적을 악으로 규정하는 일은 현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정치적 의도로 계획된 악의 남용이 타인을 적으로 이해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자신의 주장을 타인에게 검증받고,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갖는다면 선과 악의 이분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의 영역에서도 악의 남용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선과 악에 대한 절대적 확신을 지닌 이들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저지르는 극단적인 폭력을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 간 마찰의 원인은 자기 신념에 대한 독선적인 태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상제님께서는 ‘불수전시전비왈의(不受全是全非曰義: 전적으로 옳다 하거나 전적으로 틀렸다 하지 않는 것을 의라 한다)’를 말씀하셨다. 이는 도인들이 자신과 다른 견해들을 옳음과 그름의 이분법적 관점이 아닌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해야 함을 강조하신 말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말씀은 오늘날 대순진리회의 도인들이 ‘상호이해’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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