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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7년(2017)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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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탐방기 : 신화(神話)의 섬, 제주(濟州) 1

제주도 탐방기를 소개하며
 
편집팀
 
  제주는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자연경관이 빚어낸 천혜의 관광 자원을 갖고 있어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자연 속의 명소로 각광 받고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는 무작정 걸어도 이야기가 보인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많은 1만8,000여 신(神) 이야기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 신화에서 우주의 창성(創成), 인간의 창조, 천지(天地)의 분리 등 신들에 의해 이루어진 모든 것의 원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천지개벽신화(天地開闢神話)가 깃든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제주에 대순진리회를 영도해 오신 도전님께서 임원들을 대동하시고 곳곳의 명소를 돌아보셨다고 하니, 제주는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가 깃들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이유에서 뚜렷하지는 않지만 도전님의 행적을 조금이나마 찾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제주도 탐방기를 연재하게 되었다.
 
 
 
 

신화(神話)의 섬, 제주(濟州) 1

제주도가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곧 제주도
 
 
  제주도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단어가 한라산이라고 한다. 섬 중심부에 높게 솟은 주봉인 한라산(漢拏山: 1,950m)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오름01들이 제주 전역에 360여 개나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흔히들 ‘제주도가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곧 제주도’라고 말한다. 제주도의 한복판에 한라산이 치솟은 게 아니라, 제주 전체가 한라산이라는 뜻이다. 이뿐이랴! 한라산은 제주를 상징하는 산이면서 얼굴이기도 하다. 바라보는 장소나 사람에 따라 그 형용과 느낌은 천차만별이지만, 용두암·한림공원·정방폭포·성산일출봉 등 동서남북 어딜 가나 한라산이 한눈에 펼쳐 보인다. 심지어는 비행기나 배를 타고 제주를 찾는 외지 관광객들의 눈에 맨 처음 들어오는 것도 검은 용암석이나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불쑥 솟은 한라산 정상이다.
 
▲ 성산 일출봉
 
 
▲ 현무암과 물에 투영된 한라산
 

  그러면 제주를 뒤덮은 한라산과 360여 개의 크고 작은 오름은 누가 만들었을까? 제주 신화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힘이 세며 제주의 만물을 낳고 기른 거대한 여신(女神) 설문대할망이라고 한다. 여기서 제주 창조의 신을 여신과 거대함으로 비유한 것에는 두 가지 측면이 담겨 있다. 먼저 여신은 고대 사회에서 여성이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로서 모든 생명의 원천이자 풍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둘째, 거대함은 어머니로서 가지는 정신적·육체적 본능의 위대함, 즉 크나큰 모성애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제주도의 땅이며 산과 오름, 계곡 등은 여성스러움의 정수를 모아놓은 상징물로서, 사람들은 그녀의 손길로 이 모든 것이 창조되었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 신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태초에 한반도 남단에는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힘이 센 여신(女神) 설문대할망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누워서 자던 그녀가 벌떡 일어나 앉아 방귀를 뀌었더니 천지가 창조되기 시작했다. 불꽃 섬은 굉음을 내며 요동을 치고, 불기둥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녀는 바닷물을 삽으로 퍼서 불을 끄고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날라 부지런히 한라산을 만들었다. 만드는 과정에서 치맛자락 터진 구멍으로 흘러내린 흙들이 모여서 오름들이 생겼다. 그다음에는 산을 돌아가면서 아흔아홉 골짜기를 만들었다. 사람을 해치는 맹수가 생겨날 수 없는 신비한 숫자의 골짜기였다. 또한 섬의 구석구석을 꾸미고 돌보자 제주는 바다 한가운데 초록빛 타원형 섬으로 변모했고, 마치 커다란 우주의 알 같았다.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였다. 한라산 골짜기 구름공장에서 구름이 솟아나 소나기를 내쏘았고, 들녘 끝에 오색 무지개가 둥글게 걸리고 잠자리들이 날았다. 산열매를 배불리 따 먹는 동물들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고, 바다에서 돌고래와 문어, 전복, 소라, 물고기 등이 나와 풍성하게 되었다. 풍성한 바다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공급해 주었고, 이에 따라 제주엔 물질하는 해녀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이러한 산과 바다,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설문대할망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렇지만 제주를 창조하며 돌보는 동안 자신이 입고 있던 날개옷은 흙투성이에다 구멍이 여기저기 나 있었다. 더러워진 날개옷을 벗어 빨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라산에 엉덩이를 깔고 앉고, 한쪽 다리는 관탈섬에 놓고, 또 한쪽 다리는 서귀포시 앞바다 지귀섬에 놓고서, 성산봉을 빨래바구니 삼고, 소섬은 빨랫돌 삼아 빨래를 했다.
  그런데 옷이 마르면서 설문대할망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날개옷에 구멍이 너무 나서 더는 입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늘 안개를 휘두르고 다녔다. 마침 사람들이 그녀를 찾아와 육지와 다리를 놓아주기를 간청하다가 그녀의 날개옷이 구멍 뚫린 누더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주면 그녀를 위해 명주 옷감을 모아 드리겠다고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섬사람들의 촌장이 모든 옷감을 모아 그녀에게 올렸다. 하지만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명주를 다시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만다. “억지로 내놓은 것이 많구나.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아느냐, 지극한 정성이 들어 있으면 자투리 옷감일지라도 그 정성만큼 늘려서 옷을 지어 입을 수 있다. 마음이란 것, 정성이란 건 그렇게 놀라운 것이다. 너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소원은 들어줄 수 없구나, 훗날 다리를 놓아주지 않은 내 뜻을 알게 되리라”는 말을 남겼다. 이유인 즉, 촌장이 옷감 수거가 잘 안 되자 섬사람들에게 강요해 빠짐없이 옷감을 받아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기대와 욕망이 좌절되자, 사람들은 설문대할망에 대해 불평불만을 갖으며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 그들의 행동에 상처를 받은 설문대할망은 홀연히 한라산 중턱 생명의 원천(源泉)이 깃든 물장올오름 호수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서는 자신을 따르는 모든 정령들에게 “나 이제 이 땅에 스며들련다. 이 섬의 흙은 내 살이요, 이 섬의 물은 내 피요, 이 섬의 돌은 내 뼈라”고 말하며 모습을 감춰버렸다. 거대한 여신 설문대할망을 잃은 정령들은 통곡하였고 한라산 곳곳을 헤매며 설문대할망의 모습을 찾아다니다 굳어져 바위가 되고 말았다.
02
 
 
▲ 한라산 정상 백록담
 
 
  한라산은 이렇게 제주신화의 원천이 되기도 했지만, 예부터 영주산(瀛洲山)이라 하여 방장산[方丈山: 지리산(智異山)], 봉래산[蓬萊山: 금강산(金剛山)]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으로 신성시되어 왔다. 그래서인지 제주 선인(先人)들은 한라산을 경외의 대상이자, 감히 넘볼 수 없는 신앙의 대상으로 여겼다. 그 결과 그곳에서는 1만8,000이나 되는 신들이 태어나 민중들을 보살펴왔고, 또한 ‘당오백사오백(堂五百寺五百)’이라는 말이 있듯 수많은 사찰과 신당이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한라산의 신성함은 이름 그 자체에서 시작된다. 한라산의 자전적 의미에 ‘한(漢)’은 ‘천하(天河)’ 혹은 ‘은하(銀河)’를 뜻하고 ‘나(拏)’는 ‘손을 들어 잡는다(以雲漢可拏引也)’는 뜻이므로,03 결국 ‘손을 들어 은하수(銀河水)를 잡을 수 있는 높은 산’이란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이 갖는 자전적 의미인 ‘은하수’로 인해 한라산은 우주의 은하수를 상징하는 산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라산은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표현이 쓰일 정도로 북쪽의 백두산과 더불어 우리 민족의 상징성을 담고 있다. 제주는 그런 곳이다. 가슴속에 좁은 땅이 아닌 큰 우주를 담고 살아가는 곳이 제주도 한라산이요, 그 한라산이 곧 제주인 것이다.
 
 
 

01 자그마한 산을 이르는 제주 방언으로, 경사가 완만하고 봉긋한 봉우리가 솟은 기생화산이다.
02 김순이, 『제주신화』 (서울: 여름언덕, 2016), pp.299∼315 참조.
03 강정호, 『한라산』 (서울: 돌베개, 2003), p.14;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사묘조(祠廟條)」 원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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