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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7년(2017)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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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광장 : 5g의 동행(同幸)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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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의 동행(同幸) 계약서
 
 

연구원 손영배

 
 
 
  갑을(甲乙)관계는 주로 군대와 기업과 같은 계급적·수직적 구조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시민들의 주거지인 아파트에서도 갑을관계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2014년에 서울의 어느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경비원이 입주민들의 잦은 괴롭힘과 폭언을 견디다 못해 분신한 사고가 있었다. 입주자들이 그 경비원에게 “이거 먹어”하며 아파트 베란다에서 음식을 던지는 등 수시로 멸시와 모욕을 주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것은 아파트의 몇몇 몰지각한 입주자의 행동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부당한 대우 때문에 절망과 분노의 눈물을 낳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다.
  원래 갑과 을의 관계는 계약상에서 계약 당사자를 순서대로 지칭하는 법률 용어이다. 그래서 ‘갑’과 ‘을’ 의 관계는 수평적 나열을 의미한다. 우리가 인식하는 사회적 관례에 의한 개념인 주종(主從)이나 우열(優劣), 높낮이를 구분하는 의미와 크게 다르다. 갑을의 수평적 관계는 사회의 풍습, 문화, 시대 상황에 따른 영향으로 본래의 개념에서 변질되어 버렸다. 이것은 사회의 잘못된 풍토로 인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그한 예로 ‘땅콩리턴(회항)’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2014년 12월 5일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륙 준비 중이던 여객기 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렸다. 거기에다 여객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사건이었다. 기업에서 일어난 갑의 횡포(橫暴)에 을이 부당한 대우를 받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처럼 수직적 계급구조의 집단에서 갑의 부당한 횡포가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다. 이런 집단에서 있을 법한 갑질의 문화가 주거지인 아파트에까지 들어와 버렸다. 반면, 양심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입주자들이 경비원들에게 행해지는 부당하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아파트가 있었다. 바로 서울 성북구에 있는 어느 아파트이다.
  그 목소리에 대한 변화의 시작은 입주자와 경비원들 간의 계약서부터였다. 갑을(甲乙) 계약서 대신 동행(同幸) 계약서로 다 함께 행복하자는 의미를 담아 새롭게 만든 계약서다. ‘동행’은 사전에 의미가 수록되어 있지 않은 새롭게 만들어진 신조어(新造語)라 할 수 있다. ‘동행’이라는 명칭에는 주거지인 아파트에서만이라도 갑을의 잘못된 의식을 바꾸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모방송국에서 ‘5g … 두 개의 계약’이라는 제목의 뉴스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의 핵심 내용은 무게가 5g에 불과한 A4 용지 한 장의 갑을 계약서를 동행 계약서로 이름과 양식을 바꿈으로서 갈등관계에서 상생(相生) 관계로 변화하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사의 마지막 내용에는 “5g의 키워드에 맞는 어떤 것이 있나 살펴보니 작은 상처를 치유하는 연고 하나의 용량도 대략 5g이더군요”라고 끝을 맺었다. 틀을 바꾼 한 장의 계약서가 갑질로 곪아 터져 버린 사회를 치유하는 약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사실 5g의 계약서 한 장에 명칭을 바꾼다고 해서 사회의 갑질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하지만, 계약서의 이름과 양식을 바꿈으로써 생각과 마음가짐이 조금씩이나마 달라지지 않을까? 아니 달라진다. 나 자신도 이 기사를 보고 마음에서 희망의 물결이 일어났으니까. 그리고 정부의 공공기관도 아니고, 10% 상위인 엘리트 계층도 아닌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아파트 입주자들이 스스로 변화하고자 했다는 점에 희망을 갖게 되었다.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하는 동행의 첫걸음. 이 착한 사례는 성북구의 다른 아파트에까지 전파하였다. 더 나아가 성북구에서는 계약서·협약서 등에 ‘갑·을’ 명칭의 사용을 지양하고, 문구나 표현에 있어 계약자 간의 상호 대등하고 평등한 지위에서 작성될 것 등을 담은 동행조례(同幸條例)를 제정·공포하였다. 모두가 함께 행복한 자치구로 만들겠다는 성북구 주민들의 의지가 느껴진다.
  이 동행계약서는 갑의 횡포를 지양하는 작은 변화였으며, 상생 윤리를 실천하는 시작의 불씨였다. 이러한 작은 변화의 실천이 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면, 거대한 시너지로 가까운 미래에는 ‘동행(同幸)’이라는 의미처럼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이 오리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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