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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6년(2016)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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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분리장의 순비, 코비, 더비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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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장의 순비, 코비, 더비를 아시나요?’
 
 

발산 방면 선무 서정임

 
  2016년 3월, 하얀 눈이 다 녹기 전 우리는 총무부로 작업지원을 가게 되었다. 드디어 분리장 첫날! 설렘 반 걱정 반 속에 하루가 시작되었다. 분리장은 도장에서 나온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인데, 그날은 눈이 많이 내려서 눈을 치우는 작업부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보는 눈이라, 신이 나서 눈싸움도 하고, 캐럴도 부르며 순탄한 듯하였다.
  그런데! 멀리서 큰 차 한 대가 들어왔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우와~! 쓰레기 차다! 드디어 일거리가 왔다.”하며 좋아했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보는 순간 분리장에 온 것이 실감 났다. 계속되는 분리수거 작업 중에 문득 ‘나는 지금 왜 이 일을 하는가? 매일 똑같은 생활을 하며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두 상제님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내 모든 시간과 환경은 달라졌다. 남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일 수도 있지만 나 하나의 수고로움으로 도장이 좀 더 깨끗해질 수 있다고 마음먹으니 보람차고 뿌듯하였다. 그동안 ‘나는 너무 무심코 쓰레기를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내가 모르는 사이 이렇게 많은 분이 수고하시는데 몰랐구나.’ 하는 반성을 하였다.
  쓰레기통은 크게 소각, 비닐, 플라스틱, 병, 캔, 의류, 음식물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비닐만 해도 안이 코팅된 비닐, 특수 처리가 되어 있지 않은 비닐, 음식물 혹은 이물질이 묻은 비닐, 세 가지로 분류가 된다. 캔도 플라스틱, 알루미늄, 철, 구리 등 다양하게 나누어지며, 병도 소주병, 박카스 병, 도자기 병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도장에서는 매일 아침 쓰레기를 걷어오면 먼저 크게 분류하고, 그다음 봉지를 풀어 하나하나 다시 분리한다. 만일 소각류에 비닐이나 병 등이 섞여 있으면 소각류 까지도 다 풀어야 했다. 비닐은 모두 바닥에 쏟고, “이건 코팅 안 되어 있는 비닐, 과자봉지는 안이 은색이니까 코팅된 비닐, 이건 음식물이 묻었으니까 더러운 비닐,” 등으로 하나씩 분류했다. 예전에는 모두 태우고 매립했었다고 한다. 굳이 이렇게 분류하는 이유는 환경을 위해 돈을 주고 버리기 때문이다. 과자 봉지 같이 코팅된 비닐은 다른 비닐보다 버리는 가격이 높으므로 최대한 추릴 수 있을 만큼 추리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분리하는 작업은 이렇게 까다로운데, 우리는 너무 무심코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였다. 과자를 뜯어서 먹은 후 몇 분 혹은 몇 초 만에 버린다. 하지만 이것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분류하고, 압축하고, 땅에 메우는 등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일회용품이 만들어졌지만, 이로 인해 지구가 점점 병이 들 것을 생각하니 참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편의를 위해 땅을 파서 석유를 뽑아 쓰고 몇백 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비닐, 플라스틱을 땅에묻어버리지만, 자연은 언제나 말없이 다 받아주고 하나라도 더 주려는 마음뿐이니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다.
  쓰레기 분리 작업은 오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된다. 가끔 봉강식이나 치성 다음 날은 쓰레기양이 너무 많아서 분리하는 데 며칠씩 걸리기도 한다. 우리는 치성이나, 봉강식이 겹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참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 ‘아 언제 이 많은 쓰레기를 다 분리하지.’ 하며 “휴…”하고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문득 어머니의 어릴적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 많은 일을 언제 다 하느냐고 불평하는 어머니에게 “얘야 눈은 잠시 쉬라고 하렴. 일은 손이 한단다. 눈만큼 게으른 것 없고 손만큼 빠른 것이 없단다.”라고 하셨던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리고 차근차근 한 봉지씩 끝내다 보니 어느 순간 끝나 있었다. 
  며칠 작업을 하다 보니 “코팅비닐은 코비(코팅비닐), 일반비닐은 순비(순수한 비닐), 음식물이 묻어 있어서 더러우면 더비(더러운 비닐)” 이렇게 우리만의 은어가 생겼다. 또 작업에 익숙해지니 속도가 빨라졌고 어디서 나온 쓰레기인지, 심지어는 자신이 버린 쓰레기까지 찾아낼 정도였다.
  분리장 작업을 통해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놀라웠고 참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쓰레기를 버릴 때, 귀찮아서 혹은 무심코 분리하지 않고 버리면, 그 하나 때문에 쓰레기를 모두 뒤져야 하는 수고로움이 생긴다. 그러므로 플라스틱 뚜껑과 알루미늄 통을 분리하여 버리는 조그마한 수고로움이 일을 하시는 분들의 번거로움을 덜어드리는 일이니,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분리수거를 잘 해주었으면 좋겠다.
 
▲ 종류 별 분리 작업
 

  한때는 엄청나게 필요했던 물건이 어느 순간 쓰레기통에 버려질 때가 많다. ‘우리가 너무 무분별하게 소유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는 말처럼 물건을 살 때 고민하는 것만큼 버릴 때도 고민하고 잘 버렸으면 좋겠다.
  어디든 항상 밝은 부분이 있으면 그 밝음을 위해, 어두운 부분도 있다. 물론 이런 일을 어두운 부분이라 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보이지 않게 항상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우리는 매일 혜택을 받아서 감사함을 모르지만, 햇볕, 땅, 공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감사함을 알게 되었다.
  영농작업 때였다. 감자 하나를 심기 위해 씨감자 값이 만 원, 비싸면 2~3만 원까지도 한다는 사실을 듣고 비용뿐만 아니라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도장에서 음식을 남기지 말아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경』에 상제님께서는 항상 밥알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면 그것을 주우셨으며 “장차 밥을 찾는 소리가 구천에 사무칠 때가 오리니 어찌 경홀하게 여기리오. 한 낟 곡식이라도 하늘이 아나니라.” 하신 구절이 생각났다.
  밥 한 톨 남기지 않는 것은 그 쌀 한 톨을 위해 땀 흘린 농부의 정성에 감사함이고, 그 쌀이 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늘의 햇볕, 땅의 흙, 물의 고마움을 잊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쌀 한 톨에도 천·지·인의 정성이 다 포함된 것으로 생각하니 새삼 놀랍고 은혜를 잊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우리는 30일 동안 분리장을 시작으로 조경, 놀이방, 정수장, 영농 이렇게 5개의 부서를 체험하였다. 이 시간은 오랫동안 잊지 못 할 추억이자 소중한 시간이었다. 각 부서 모두 기억에 남지만, 특히 분리장에서의 체험을 통해 앞으로 분리수거가 좀 더 잘 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이번 총무부 지원을 통해 앞으로 종사원으로서의 방향성과 도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다잡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또한, 작업을 통해 매 순간 성(誠)·경(敬)·신(信)으로 모든 일에 집중하여 임하고자 하는 자세가 중요함을 배우게 되었다.
  “부족하지만 앞으로 열심히 일하고, 수도해서 상제님의 뜻을 바르게 펼 수 있는 일꾼이 되어야겠다!” 끝으로 가족처럼 챙겨주신 총무부 분들과 언제나 힘내라고 격려해주신 교무부 분들, 힘든 일도 웃으며 함께 했던 동기들에게 감사드린다. 무엇보다도 양위 상제님과 도전님께서 베풀어주신 덕화에 또 한 번 감동하며 정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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