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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광장 : 자기합리화와 잘못 고치기

자기합리화와 잘못 고치기

 

 

교무부 이은희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 도주님께서는 “인숙무죄(人孰無罪)요 개과하면 족하니라”(교운 2장 15절)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살면서 누구나 뜻하지 않게 잘못하여 죄를 지을 수 있으나 허물을 고치면 족하다고 말씀하셨다. 일반적으로 ‘잘못’은 잘하지 못한 일, 올바르게 하지 못한 일을 가리키며 허물과 비슷한 말이다. 언뜻 생각하면 바르게 행동하고 잘못을 고치는 것이 쉬운 일 같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잘못하는 경우가 있고, 잘못하고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게 되더라도 고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바르게 살고자 결심해도 잘못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왜 이렇게 잘못을 고치기 어려운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자기합리화와 관련된 원인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잘못을 좀 더 잘 인식하고 고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인간은 대부분 내면적으로 일관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예외적인 행동을 했을 경우도 자신이 방금 한 행동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믿음과 달랐다는 것을 인식하기 힘들 수 있다. 그 행동을 한 정당한 이유나 설명을 찾아 합리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합리화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의견, 신념과 같은 인지 내용들과 서로 모순이 발생하여 긴장이 발생하고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처럼 인지 내용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상태를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라고 부른다.01 내면에서는 일관성을 추구하므로 조화가 될 때까지 부조화를 회피하거나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한다. 이 노력의 하나가 자기합리화이다.
  우리가 평소와 다르게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도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 우리가 잘못을 하면 그 행동이 평소 믿음과 상충하므로 불편한 감정이 생긴다. 이럴 때 사람들은 불편한 느낌을 받아들이고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자기합리화의 유혹에 끌린다. “어쩔 수 없었어”, “그게 최선이었어”와 같이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를 대는 목소리가 나타나 속삭인다. 이처럼 마음속에서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자기합리화[또는 자기정당화]는 마음의 갑옷[방어 기제]처럼 작용한다. 이 방어는 의식적이라기보다 자아를 보호하려는 본능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마치 자동으로 조절되는 온도 장치 같다. 자기합리화로 인지부조화가 해소되면 우리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02 잘못된 행동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찾아 정당화해버리면 이후 같은 잘못을 하여도 인지부조화가 일어나지 않고 그 잘못이 버릇처럼 익숙해진다. 우리는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자기합리화 때문에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인식하기가 어렵고, 정당화에 성공한 이후에는 깨닫고 고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라는 속담이 있다. 처음에 바늘 하나 훔칠 때는 마음이 불편하지만 그 행위를 정당화하고 나면 소도둑이 되는 건 시간문제이다. 자기정당화로 인지부조화가 해소되었으므로 자신을 도둑이나 범죄자라기보다는 정직한 사람으로 착각한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도덕적 한계선이 있다. 그런데 이 선을 넘으면서도 정당화하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은 사소한 일이든 중대한 일이든 선을 쉽게 넘는다. 이렇게 되면 잘잘못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변명 또는 거짓말인 자기합리화는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면서 하는 공공연한 거짓말보다 강력하고 더 위험하다.03 자기합리화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잘못에 대한 자기합리화는 과오를 바로잡지 못하게 막고 잘잘못을 판단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잘못을 고치기 어려운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위와 같이 자기합리화가 깊이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자기합리화가 습관화되어 있으면 반성하고 고치려고 결심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자신은 나름대로 반성하고 있고 자기 행동이 올바르다고 판단하지만 남들이 볼 때는 반성이 안 되어 있고 옳지 않을 수 있다. 도전님께서는 이와 관련하여 “내가 나의 잘잘못을 판단하지 못하면 운수 받기 어려운 것이다. … 자기는 올바르지만 남이 볼 때는 옳지 않다. … 스스로 잘못을 깨달으면 밝아지고, 깨닫지 못하고 계속 가면 점점 어두워져서 도에서 아주 멀어지게 된다.”04라고 깨우쳐 주셨다. 잘못을 깨달아 고치지 못하면 허물을 자꾸 만들게 되므로 마음이 점점 어두워져 올바른 길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다.
  또한 도전님께서는 “사람은 잘못한 일을 시일이 오래 가면 잊어버리지만 신명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05라고 알려 주셨다. 잘못은 우리가 잊어버린다고 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자기합리화의 늪에 빠져 허물을 고치지 못하면 척을 더 많이 지을 수 있고 삶의 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 그렇다면 잘못을 더 잘 인식하고 고치기 위해 어떤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 자신을 비판적인 태도로 관찰하면서 반성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일상 자신을 관찰하고 반성해야겠지만 특히 어떤 언행을 한 후 불편한 느낌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인지부조화가 일어났다는 신호일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자기합리화가 습관화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때 내면에서 속삭이는 자기합리화의 목소리를 알아채고 자신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알아채지 못해 그냥 넘어갈 수 있으므로 특별히 ‘반성 시간’을 따로 내어 꼼꼼하게 되짚어 보거나 반성문을 쓰듯 종이에 써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러한 작업은 잘못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인정하게 하므로 자기정당화가 습관화되는 길을 막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행동은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직면하는 용기 있는 행위이며, 그 용기는 자기정당화를 제어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스스로 잘못을 인식하기 어렵다면 ‘타인을 거울삼아’ 바라본다. 이 방법은 다음의 도전님 훈시에서 찾을 수 있다. “남이 하는 걸 봐야 잘하는 것, 잘못하는 것을 안다. 저 혼자서는 절대 모른다. … 도는 많은 사람 속에서 배우는 것이다. 우린 이렇게 자꾸 연구하고 깨달아 나가야 한다. 그것이 수도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이다.”06 자기합리화 때문에 혼자서는 자기 잘못을 깨닫기가 어렵지만 타인을 보면 좀 더 비판적 태도로 볼 수 있어서 무엇이 잘못된 행동인지 알 수 있다는 말씀으로 보인다. 이렇게 다른 수도인들의 행동을 통해 배우는 것도 우리 수도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상대 잘못에 비추어 내 잘못을 깨달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잘못된 행위가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타인의 잘못을 찾아 지적하거나 비판하기 위해서 관찰하는 것과는 다르다. 예컨대 후각이 잘못을 고치는데 선각이 도와주기 위해서나 남의 꼬투리를 잡기 위함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신도 모르게 합리화하여 스스로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외적 장치를 두거나 남의 충고에 수용적 태도를 가지면 더욱 든든할 것이다. 외적 장치는 자기합리화라는 보호용 풍선들을 터뜨려 주고 우리를 제자리로 이끌어 주는 비판자인 ‘믿을 만한 반대자’를 곁에 두는 것이다.07 도인들에게는 선각이나 후각, 도우들이 믿을 만한 좋은 반대자가 될 수 있다. 이들 외에 그 누구라도 내 잘못을 알려줄 때는 수용의 자세로 귀를 기울인다.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으나 내가 자기정당화의 함정에 빠졌을 가능성을 감안하고, 덕분에 교훈을 얻어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에 집중한다. 남이 나에게 내 잘못을 알려줄 때 당연히 예를 갖추어 말해야겠지만 혹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가 그를 미워하기보다 고맙게 받아들인다면 척을 짓지 않고 잘못도 고치어 수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잘못을 고치기 어려운 이유와 잘못을 좀 더 잘 인식하고 고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잘못을 고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인지부조화를 줄이려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자기합리화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합리화가 일어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채 습관화되면 자신의 잘잘못을 판단하지 못하는 위험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러므로 수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기합리화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허물을 고치는 일에 적극 임해야겠다. 평소 비판의 자세로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살피거나 반성 시간을 마련하고, 타인을 거울삼아 배우며, 주변에 믿을 만한 반대자를 두거나 남의 충고를 경청한다면 허물을 더욱 잘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실천한다면 마음이 점점 밝아져 올바른 수행의 길을 걸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01 레온 페스팅거, 『인지부조화 이론』, 김창대 옮김 (파주: 나남, 2016), pp.17-57 참고.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은 사회심리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이론이다. 인지부조화가 사고, 행동, 태도의 변화를 촉발하는 중요한 기제로서 인지부조화를 경감하기 위해 부조화를 줄이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사고, 행동, 태도가 변화한다는 논리이다. 같은 책, pp.5-6.
02 엘리엇 애런슨ㆍ캐럴 태브리스, 『거짓말의 진화』, 박웅희 옮김 (서울: 추수밭, 2008), pp.48-50 참고.
03 같은 책, pp.14-16 참고.
04 「도전님 훈시」 (1989. 4. 13).
05 「도전님 훈시」 (1993. 1. 28).
06 「도전님 훈시」 (1994. 5. 16).
07 엘리엇 애런슨ㆍ캐럴 태브리스, 앞의 책, p.100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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